박연숙, 브로콜리, 너마저
사거리야 체증 걸린 브로콜리 스프가 오늘의 후식이지 솜사탕 같은 말을 핥으며 달콤하려 해, 허풍선이처럼 그냥그냥 가볍고 싶을 뿐이야 국자는 혀부터 뜨거워지잖아 사람들이 환호하고 있어 가로수 잎들이 온통 잎새를 뒤집어 흔들지 오른손 중지를 들어 올렸지 기분이 좋아지는 설탕이거든 아무려면 겸손만한 후식이 또 있을라구 역사시간은 대부분 요리 시간이었어 승용차 위로 머리를 내밀고 사람들이 모여 들고 있어 모두들 오른손 중지를 스프냄비에 던져 넣지 머리위 풍선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어 손가락이 네 개씩이나 남았거든,
그 후부터 일거야 사람들 입에서 브로콜리가 튀어나온 건. 최대한 브로콜리, 새빨간 브로콜리, 코가 길어진 브로콜리, 고삐 풀린 브로콜리, 히잉히잉, 브로콜리들이 벚꽃처럼 끓어오르지 역사는 오목하고 볼록해, 손가락으로 찍어 간을 보는 것은 이 요리의 뒤통수, 하찮은 브로콜리를 부탁해. 룰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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