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오수

그 아이를 개로 만들고 싶어서 나는 쓰기 시작했다 쓰다 보니 그것은 소설이었다 

아름답고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그 아이는 개였었다

하얗고 털이 많고 항상 혀를 내밀고 있다


그 아이는 운전을 잘 하는 개여서

우리는 차를 타고 어디든 갔다


정말이지 사랑스러운 개였다

나의 품에 안겨서 자주 낑낑거렸다


석양이 질 때면 우수에 찬 개였고

머리를 기대어 앉으면 두 심장이 뛰는 밤이었다


어느 날 나는 나의 영혼을 견딜 수 없었다

그 아이가 너무 좋았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개에게 고백했다


사, 랑, 해


너무 떨려서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쥐어짜내며

한 음절씩 끊어 말했다


그 아이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자꾸 짖었다"


그것을 다 썼을 때, 어디선가 불이 났다 그것은 소설과는 무관한 일이었다 

나는 나의 아름다운 소설을 보여주고 싶었으나 그 아이는 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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